잔소리와 강압적인 태도 대신, 따뜻한 스몰토크로 아이와 진심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아이의 마음을 열고 긍정적인 관계를 만드는 엄마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그렇게 할 거면 모두 그만둬!"
아이가 2주 동안 토론에 참여하지 않자, 엄마는 아이에게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책상 위의 책과 문제집을 모두 치워 창고에 넣어버리신 후, 제게 전화를 걸어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셨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저에게 전쟁을 걸어오네요."
민주는 조용한 아이입니다. 뭘 물어봐도 말없이 수줍게 웃기만 하는 아이입니다.
지난번 '감시 사회' 토론 때, 책이 어려워 힘들어했습니다. 그래서 몇 번 지각을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힘들어했기에 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책 '수학의 역사'를 읽으면서 상황은 달랐습니다.
지각이 아닌 결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지 못해서라고 생각하고, 수학 수업 시간에 책 내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습니다. 방정식 수업 중이라 수학의 역사와 연결 지어 설명하기 좋았습니다.
아이가 재미있게 듣는 것 같아 다음 토론 수업에 참여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매번 핑계를 대며 오지 않았고, 이번 주에는 연락조차 없이 빠졌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왜 책을 안 읽었어?"라고 따져 묻지 않습니다.
늘 책을 안 읽어 오는 아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면, 나중에 책을 좋아하게 될 아이도 책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토론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입니다.
그래서 입론서를 챗GPT의 도움을 받아 써 와도 모른 척 넘어갑니다.
어차피 토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누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질 테니까요.
어떤 부담도 주지 않는 듯하지만, 기한을 지키도록 유도합니다.
며칠까지 제출하도록 하고, 제출하지 않은 사람은 계속해서 상기시켜 줍니다.
입론서나 반론서를 제출하지 않고 토론에 참여했을 때, 2시간 내내 겪을 당혹감을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함입니다.
남들이 하는 이야기만 듣고 있거나, 자기 의견을 물었을 때 머뭇거리는 자신의 모습은 결코 만족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토론 시간에 멋지게 말하고,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상상했을 텐데, 현실은 한마디 말도 못 하고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경험은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끼게 하고 비참한 기분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민주는 입론서도 꼬박꼬박 제출했고, 발표도 곧잘 했습니다.
하지만 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마치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책을 안 읽어 와서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강한 엄마, 말 잘 듣는 아이
민주 엄마는 강한 분이셨습니다. 일도 아주 잘 하셨고, 열심히 사셨습니다.
딸도 자신처럼 적극적이기를 바라셨고, 무엇보다 딸이 활발하게 움직이기를 원하셨습니다.
뭔가 미적지근해 보이면 강하게 다그쳤습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가 강해지고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믿으셨습니다.
아이에게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알려주고, 그대로 따르기를 바라셨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힘들어지면 아프다는 핑계를 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약도 사다 주고 쉬게도 했지만, 반복되는 꾀병에 엄마는 아이에게 속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아프지 않았고, 단지 학원에 가기 싫어서 그런 것이라고 단정지으셨습니다.
결국 엄마의 입에서 전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번 토론 수업도 3개월쯤 되자, 아이는 또다시 아프다며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처음에는 네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고, 그다음에는 책장에 있는 책과 문제집을 모두 치워버리고 그냥 모든 것을 푹 쉬라고 하셨습니다. 마치 'Delete' 키를 누르신 것처럼요.
저는 민주 어머님께 아이를 좀 더 여유롭게 바라봐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렸습니다.
엄마 혼자 아이를 다 감당하려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민주가 집 밖으로 나오면 친구들도 있고, 저를 포함한 다른 선생님들과 어른들이 있으니, 부담을 내려놓고 아이에게 방어막이 아닌 진정한 보호막이 되어주시라고 말했습니다.
엄마의 역할: 방어막이 아닌 보호막
아이들은 집을 생각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아늑하고 포근한 행복한 곳이라고 떠올릴까요?
엄마를 생각하면 어떤 감정이 먼저 떠오를까요? 무조건적인 내 편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요?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매일 짧은 대화, 즉 스몰토크를 나누는 사이에 아이는 마음을 열고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아이로 자라납니다. 그저 윽박지르고, 잔소리하고, '그게 다 너를 위한 거야'라고 말해도 아이는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 버립니다.
아이들과 제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엄마들에게 저와 나눈 대화를 전하면 깜짝 놀라십니다.
선생님에게 그런 이야기까지 하냐면서요. 저는 다만 아이와 거리를 두지 않고, 편안하게 스몰토크를 자주 할 뿐입니다.
아이는 제가 자신의 보호막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 순간,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민주 엄마는 자신의 태도를 바꿔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엄마의 변화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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